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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취재후기] 산림재해 위험의 외주화..현장은 말한다!

<‘그림’이 없어 기사가 못 나가다>


방송 뉴스 특성상 사진이나 영상 등 ‘그림’이 없어 기사를 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사건사고를 다루는 뉴스가 그렇습니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현장을 방송 카메라로 포착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현장 cctv나 제보자 영상을 수소문합니다.
관할 소방서에서 제공하는 사진도 유용한데,
구급 상황이거나 사체 훼손이 심한 경우 소방서도 사진 제공을 꺼릴 때가 있습니다.
지난 2월 강원도 홍천에서 발생한 벌목 현장 사망사고도 그랬습니다.
국유림 숲가꾸기 현장에서 노동자가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숨진 산업재해였는데,
'그림'을 어디서도 구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취재를 하고도 기사는 나가지 못했습니다.

<가파르고 미끄러워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현장>


당일 기사로 소화되지 못한 사고는 그대로 묻히곤 합니다.
하지만 이날의 사고는 유난히 찜찜했습니다.
혹여나 비슷한 사고가 또 있었는지 관련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에도, 2020년에도 홍천의 숲가꾸기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과 깔림 등 사고로 연달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장을 가봐야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대략적인 사고 위치는 알 수 있었지만,
깊은 산속에 있는 정확한 사고 지점을 알기 위해서는
숲가꾸기 사업의 주체인 국유림관리사무소의 안내가 필요했습니다.
어렵게 찾은 현장은 등산로조차 없는 가파른 산길에 있었고,
켜켜이 쌓인 나뭇잎으로 미끄러운 흙바닥은 한 발 한 발 내딛기도 힘들었습니다.

<현장 목격자 없어 사고 정황만 추정할 뿐>


산비탈에 위치한 현장에는 ‘위험’ 테이프가 사고 지점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노동자를 덮쳤을 나무는 다른 나무와 함께 현장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날 사용했을 기계톱과 안전모는 방치돼 있었습니다.
동행한 국유림관리소 직원에게 어쩌다 사고가 난 건지 물었습니다.
안전책임자를 비롯해 현장에는 6명이 있었지만
사고 목격자가 없어 정확한 정황을 아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저 쓰러지는 나무에 맞은 것으로 추정할 뿐이었습니다.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는 대개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이라고 합니다.
나무의 밑동을 쐐기 모양으로 잘라내어 쓰러지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작업한다는데, 그날도 작업 방식은 같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비극적인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겁니다.

<‘아주’ 위험한 일.. 현장 안전 관리는 어떻게 하나>


다만, 현장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나무가 얼어 특히 위험하다고 증언했습니다.
벌목공의 예측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무가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안전관리자는 이 일이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3년째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홍천의 숲가꾸기 현장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아주’ 위험한 일이라면 매년 사람이 죽어나가도 어쩔 수 없는 걸까?
게다가 이번 사고는 산림청이 전국 숲가꾸기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 관리 강화를 지시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어떤 안전 관리가 강화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산업재해 통계조차 없어.. 높다란 나무에 가려진 또 다른 위험의 외주화 현장>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산림청에 최근 5년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림 분야 산업재해 통계를 요청했습니다.
강원도에서만 깔림과 추락 등 모두 970건의 산업재해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경북 지역보다 200여 건, 전국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반면 산림청 주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통계를 묻는 질문에는
관련 통계는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도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림청은 또다시 숲가꾸기 현장의
특별 안전 점검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자신들이 주관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현황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안전을 관리하겠다는 걸까?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는 대부분 일용직이라고 합니다.
제가 찾은 숲가꾸기 사업장은 높다란 나무에 둘러싸여 가려진
또 다른 위험의 외주화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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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