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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세상을 바꾸는 작은 물장구 '플로빙'

[산에서 쓰레기 줍는 사람들]

등산을 하다 보면 젓가락을 들고 다니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 봉투가 쥐어져 있습니다. '내가 가는 길에 쓰레기는 없다!'

발길 닿는 곳곳에 누군가 버리고 간 양심, 쓰레기를 모두 주워 담는, 이른바 '줍깅'을 하는 분들입니다.

'줍깅'은 '줍다'와 '조깅'을 합쳐서 만든 단어인데요, 북유럽에서 시작한 이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꽤 많이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등산 인구가 늘면서, 산책로에서 줍깅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가방 무게를 줄여보려 500리터짜리 생수 한 통 들고 산에 오른 저에게, 큰 봉지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까지 주우며 등산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줍깅을 생활화하는 분들은 마음씨도 곱습니다. 등산로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자연스럽게 잠시 쉬고 있는 다른 등산객들의 상태도 살핍니다. 여유롭게 산을 즐기며, 동시에 산과 등산객을 함께 돌보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죠.


[바닷속 쓰레기 줍기.. '플로빙'을 들어보셨나요?]

동해안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산에서 줍깅 활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숫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바다에도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취미로 다이빙을 즐기는 스쿠버 다이버들은 바닷속에서 보이는 대로 쓰레기를 줍는, 이른바 '플로빙'을 합니다.


플로빙은 쓰레기 줍기 운동의 시초인 스웨덴어에서 나온 말로, 다이빙하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활동은 '시간'과 '마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바닷속에 한 번 들어갈 때마다 '비용'이 드는데, 물속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아껴서 쓰레기를 줍는 겁니다.

플로빙에는 바다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도 들어 있습니다.








[플로빙, 직접 해봤습니다]

제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서 다이버들과 함께 쓰레기를 주워봤습니다. 어선 구조물을 하나 주웠습니다. 물속에서 쓰레기를 손으로 줍는 것이야 어렵지 않았지만,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한 손으로는 산소통의 잔압도 확인해야 하고, 마스크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들고 배 위에 올라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플로빙 활동을 하는 다이버들의 예쁜 마음이 몇 배는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직접 해보니 "물 밖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훨씬 어렵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의미를 기사에 담고 싶었습니다.





[다이버들의 '플로빙'이 의미 있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는 한 해 14만 톤이 넘습니다. 물론 이렇게 다이버들이 한두 개의 쓰레기를 물에서 건져 올린다고 해서 14만 톤이던 쓰레기가 4만 톤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취미 활동 중에 실천할 수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눈치' 보게는 만들 수 있습니다. 일회용품을 쓸 때 한 번쯤 지구를 생각하는 '찰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쓴 이유]

이 뉴스에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부분은 해양쓰레기의 출처가 '어민'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물속에서 봤던 쓰레기 가운데 폐그물이나 폐어망이 적지 않았습니다. 쓰레기를 버린 어민 중 한 명이라도 뉴스를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면, 다이버들의 수고가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에서 1년에 한 번씩 대대적으로 전문 다이버를 투입해서 바다 쓰레기를 줍는 활동보다, 이런 생활 속 실천이 몇 배는 더 소중한 이유입니다. 다이버들의 작은 물장구를 시작으로, 우리 바다는 분명 더 아름답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아라
MBC강원영동 기자
양양
"기뻐할 줄도 슬퍼할 줄도 아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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