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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같은 논픽션, 퇴거위기에 놓인 어느 탄광마을


[40년 거주... 땅 문제로 집단 퇴거 위기]

요즘 강원도에 지어지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3.3제곱미터 당 천 만원을 넘는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억 원이 넘은 지 오래고, 공공연하게 프리미엄이 몇 천 만원 올랐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집이 사는(living) 곳이 아닌 사는(buying) 시대가 된 오늘날, 땅 문제로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얘기는 픽션(Fiction)이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땅 문제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집단민원은 강원도에서 심심히 않게 벌어진다. 탄광산업이 발달했던 폐광지역에서는 40년 동안 생각하지도 않았던 문제가 갑자기 터졌다. 태백시에는 이마트 건너편에 이재민 사택촌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행정구역상 화전동에 위치한 화전 2동 2반과 3반 마을이다. 폐교한 초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이곳은 광산업이 번성할 때 주민이 많았던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집단으로 이주해 거주한 사연은 1970년대 집중호우에 탄광의 갱내수가 골짜기를 덮쳐 집들이 큰물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갈 곳 없던 주민들은 당시 탄광업체 소유의 땅에 집을 짓고 수 십 년을 살았다.




[40년 전 탄광업체 잘못으로 물난리]

주민들이 이렇게 살 게 된 이유는 수해의 원인에 탄광업체의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광산업이 쇠락하면서 탄광업체는 망했고, 그 업체의 땅도 여러 차례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땅위에 있는 집이 어떤 사연으로 지어졌던 간에 새로운 땅 주인은 소유권과 재산권을 주장한다. 40년 가까이 땅의 소유권을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갑자기 땅주인라고 나타나 비싼 땅값을 요구한다면 어떤 심정일까?

지금도 10평 남짓한 사택촌의 집들을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체험촌이 아닌 실제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는 점은 산업화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주민 사택촌에서 40년을 살고 있는 오윤실 할머니에게 최근의 퇴거위기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오 할머니처럼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법적 안전장치 없어 쫓겨날 상황]

이주민 사택촌의 대부분 집들은 건축물 등기가 등록된 합법적인 건물이다. 그런데 지상권과 임대료에 대한 문제는 법적 다툼에서 결국 땅주인의 승리로 끝났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도록 행정당국은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을까?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주민 마을이 형성된 1970년대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해를 유발한 탄광업체의 잘못으로 무고한 주민이 피해를 봤다면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탄광업체가 땅에 집을 짓도록 제공하고 지자체(당시 삼척군)가 집을 짓는 건축비용을 융자해 준 것만 봐도 당시로서는 사회복지 기능이 작동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실질적인 점유는 가능하지만, 법적인 주거권을 보장받는 장치는 마련되지 못했다. 삼척군이 태백시로 바뀌고, 땅 주인까지 바뀌는 상전벽해의 시간동안 수해의 아픔으로는 더 이상 동정심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주민 마을에서 살다 죽는 게 작은 소망]

이런 사연이 있는 지도 모르고 태백시는 새뜰마을사업이란 주거환경 사업을 했다. 토지 문제가 얽혀 있는 주택들은 손도 대지 못하고, 옹벽이나 진입로를 개선하고 끝냈다. 옹벽에 칠해진 그림과 지금도 붙어 있는 ‘현장지원센터’라는 간판은 이주민 마을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땅 주인이 주민들과 퇴거소송을 벌인지 3년이 지났다. 1심 판결은 땅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강제집행으로 주택을 철거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의지할 곳은 지자체 밖에 없다. 개인 간의 토지 분쟁이지만, 쫓겨날 위기에 처한 30여 가구의 주민들이 태백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70~80세의 어르신들의 소망은 과한 것일까? 땅주인과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이주민 마을 사람들이 집집마다 땅값으로 내야 하는 돈은 천 만 원이 되지 않는다. 평당 분양가격 천 만 원이 넘는 아파트 광풍 시대에 수해로 이주한 탄광지역 주민들의 거주문제는 내 집 마련의 꿈보다 더 절실한 문제인지 모른다.


김형호
MBC강원영동 취재팀장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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